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유죄판단.. 다시 2심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선거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대법, 이재명 '김문기 골프·백현동 발언' 유죄 취지 피기환송
대법원 판단에 귀속된 고등법원, 유죄 선고해야
대법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
"허위사실 공표 판단 기준은 일반 선거인 관점에서 해석해야"
12명 중 10명, 다수 의견 동의..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반대의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이 후보는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하며, 고등법원은 대법원의 판단에 기속되므로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 2심에서는 추가 양형 심리를 거쳐 형량이 새롭게 결정될 전망이다.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대법원은 "김문기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결은 공직선거법 제250조 1항이 규정한 허위사실 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우선 대법원은 이 후보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골프를 쳤다는 의혹에 대해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했다.
이 후보는 2021년 12월 29일 채널A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에서 4명 사진을 찍어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제가 확인해보니 전체 우리 일행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내서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지요"라고 발언했다. 이른바 '골프 발언'이다.
대법원은 "이 발언을 일반 선거인의 관점에서 해석하면 '피고인은 김문기와 해외 출장 중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며 "그러나 피고인은 해당 출장 중 김문기와 골프를 쳤기 때문에 이 발언은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는 이 발언이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고, '성남시장 재직 당시 김문기를 몰랐다'는 주장을 보조하는 논거에 불과하므로 별도의 허위사실 공표 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이런 판단이 틀렸다고 봤다. 다만, 김문기 관련 발언 중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2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발언과 관련해서도 대법원은 "성남시는 자체 판단에 따라 용도지역 상향을 추진했으며, 국토교통부가 성남시에 압박을 가한 사실은 없었다"며 해당 발언 역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후보는 2021년 10월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용도를 바꿔준 것은 국토부의 법률에 의한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 것이고, 안 해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을 해서…"라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 발언은 사실의 공표이지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거나 추상적인 의견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과거 사실에 관한 진술로서 그 표현 내용이 증거에 의하여 증명이 가능하다"고 했다. 의견 표명에 불과해 처벌할 수 없다는 2심 판결을 뒤집은 셈이다.
이날 대법원은 허위사실 공표 판단 기준도 제시했다. 대법원은 "표현의 의미는 후보자 개인이나 법원의 해석이 아닌 일반 선거인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며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에 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좌우할 수 없는 부수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인지 아니면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인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선고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노태악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 천대엽 대법관을 제외한 11명의 대법관과 조희대 대법원장이 참여했으며, 그중 10명이 다수의견에 동의했다.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및 백현동 관련 발언 모두가 다의적 해석이 가능한 만큼 검찰의 공소사실과 동일하게 해석해 유죄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앞서 검찰은 2022년 9월 8일 이 후보를 기소했고, 1심에서는 유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그러나 2심에서는 해당 발언들이 단순한 인식이나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무죄가 선고됐다.
대법원은 지난 3월 28일 사건을 접수한 뒤, 유력 대선 주자의 피선거권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사건을 심리했다. 조 대법원장은 직접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두 차례의 합의기일을 거쳐 접수 34일 만에 상고를 받아들였다.
대선 투표일까지 남은 한 달 남짓한 기간 내에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과 대법원의 재상고심까지 모두 마무리돼 형이 확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대법원이 명확한 유죄 판단을 내린 만큼, 향후 정치권 내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직선거법은 선거 관련 범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될 경우 피선거권을 5년간 박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선거권이 없으면 선거 출마가 불가능하다.
이현재 기자 ⓒ 조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