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약물 과다 복용 심각
워싱턴지역 한인 시니어들의 약물 과다 복용 문제가 심각해 긴급하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종명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10일 애난데일 오피스에서 사안이 심각해 급히 제보했다며 “내원하는 한인 시니어 10명 가운데 3~4명이 필요 이상 많은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다 복용을 지속하면 혈압이 갑자기 떨어져 쓰러지거나 간독성, 위염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전문의는 “빨리, 지금 먹고 있는 약을 모아서 주치의에게 찾아가 알려야 한다”며 “간병사들은 자신이 돕고 있는 시니어들에게 ‘주치의를 찾아가 상담하라’ 권고하고, 복용중인 약을 모두 모아 가방에 넣어줘야 한다”고 했다.
워싱턴지역 한인 시니어 사회에서 이런 문제가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주치의와 소통 부족이다. 자신이 먹고 있는 모든 약을 주치의에게 자세하게 알려줘야 하는데, 일부만 알렸거나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니어가 이미 복용하고 있는 약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의사는 같은 약을 처방하게 되고,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전문의는 “고혈압 약을 먹고 있는 한인이 또 처방받은 고혈압 약을 먹으면, 혈압이 지나치게 내려가 쇼크로 쓰러질 수 있다”며 “주치의에게 복용 약을 정확하게 알려주기 어려우면, 먹고 있는 약을 모두 싸와서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둘째, ‘병원 쇼핑’ 때문이다. 진료를 잘하는 의사, 내게 맞는 의사를 찾는 과정은 필요할 수 있지만 지나치면 병원 쇼핑이 된다. 이 병원 저 병원에서 처방 받으면서 약이 늘게 된다. 이 전문의는 “의사가 준 것이니까 몸에 좋을 것이라 생각하는 분도 있다”며 “모든 약에는 조금씩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약만 먹어야 한다. 누적되면 간과 신장 등을 망가뜨릴 수 있다”고 했다.
셋째, 전문 의약품은 어렵다. 하얀색 타블렛, 알파벳 한 두개 찍힌 약은 의학이나 약학 공부한 사람 아니면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그로서리에서 구입하는 일반의약품과는 다르다. 이 전문의는 “한인 시니어를 케어하는 간병사들도 시니어가 약을 맞게 먹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알기 어렵다”며 “의사 상담이 필요한 영역이다. 어떤 분은 치매 때문에 약을 많이 먹게 되는데,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