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용사 추모 묘역, 백주년 기념 일반인에 열어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 이곳은 에이브러햄 링컨 시기에 벌어졌던 남북전쟁부터 최근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 희생된 군인 40여만명이 묻힌 곳이다. 애국심과 희생, 국가적 단합의 상징적 공간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성역으로 여겨지는 곳이 있다. 바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무명용사 추모비(The Tomb of the Unknown Soldier)다.
1921년 11월 11일 제1차 대전에서 희생된 신원미확인 미군 전사자 4명을 안장하면서 이곳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곳이 조성 100주년을 맞아 근 1세기만에 일반에 개방한다. 100주년 공식 기념식이 열리는 11일에는 한 세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1차 대전 희생 신원 미상 군인들을 안장하는 장면이 그대로 재현될 예정이다. 이 행사는 일반에 공개된다. 이어서 비공개로 군인들의 헌화행사도 열린다. 11일은 재향군인의 날로, 정기적으로 열려온 연례 추모행사도 무명용사 추모비 건립 100주년과 연계돼 비공개로 치러진다. 이날 워싱턴 DC 내셔널 몰 상공에는 전투기들이 기념비행을 할 예정이다.
10일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추모비와 주변 광장이 일반에 개방된다. 그동안 일반 관객들을 추모비 부근까지만 올 수 있었는데, 추모비 바로 앞과 광장까지 일반인의 접근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것이다. 이렇게 개방하는 것은 100년전 조성이래 처음이라고 묘지 측은 밝혔다. 흰 대리석으로 돼있는 석관 형태인 무명용사추모비는 1920년 뉴욕주 출신 연방하원의원이자 1차 대전 참전용사인 해밀턴 피시 3세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전몰장병들을 위한 특별한 묘역을 알링턴 국립묘지에 조성하자”고 발의하면서 건립작업이 진행됐다.
이에 따라 1921년 10월 프랑스 군인묘지에 묻혀있던 신원미확인 미군 병사의 시신 네 구가 수습돼 이곳으로 옮겨져 안장됐다. 이후 이곳은 시기를 불문하고 국가를 위해 목숨을 마친 무명용사들의 넋을 기리는 상징적인 공간이 됐다. 1948년 4월부터 이곳을 지키며 경호와 의전 임무를 진행해온 미 육군 3보병사단은 자원자들 중에서 근위병을 선발하는데, 선발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고 한다. 지난 10월에는 처음으로 근위병 교대식이 여성 군인들로만 이뤄져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