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AFP연합뉴스

덴마크 의회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은퇴 연령을 현행 67세에서 2040년까지 만 70세로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덴마크 정부는 지속 가능한 복지를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으나 노동계에선 반발이 나오고 있다.

23일 영국 BBC와 미국 CNN에 따르면, 덴마크 의회는 전날 찬성 81표 반대 21표로 이런 내용의 은퇴 연령 상향안을 승인했다. 덴마크는 2006년부터 기대수명과 은퇴 연령을 연동해 5년마다 조정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덴마크의 기대수명은 81.7세, 은퇴 연령은 67세다.

이번 법안은 은퇴 연령을 2030년 68세, 2035년 69세, 2040년 70세로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년 70세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은퇴 연령이며, 1971년생부터 적용된다.

덴마크 고용부장관은 이와 관련 “미래 세대에 적절한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선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덴마크 인구수는 약 600만명으로, 이 중 60~69세 사이 인구는 약 71만3000명, 70~79세 사이의 인구는 약 58만명이다.

덴마크의 보험 및 연기금 무역 협회 F&P는 “최근 연금 수급 연령을 넘어서도 일하는 인구가 8만명”이라며 “경제 상황이 좋고 근로자들이 더 오래 일하고 싶은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육체적으로 고된 일을 하는 블루칼라 노동자들 사이에선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붕 수리공 토마스 옌센(47)은 공영방송 DR에 “우리는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지만 계속 그럴 수는 없다”며 “나는 평생 세금을 냈다. 자녀, 손자녀들과 함께 보낼 시간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덴마크 노동조합총연맹의 예스페르 에트루프 라스무센 위원장은 “덴마크는 경제가 튼튼한데도 유럽연합(EU)에서 은퇴 연령이 가장 높다”며 “은퇴 연령이 늦춰지는 것은 사람들이 존엄한 노년 생활을 할 권리를 잃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덴마크의 이웃 나라인 스웨덴은 63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높이자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최혜승 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