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 건조하다”던 50대 여성, 최근 늘고있는 ‘희귀질환’ 전조였다
“온 몸 건조하다”던 50대 女, 최근 늘고 있는 ‘희귀질환’ 전조였다
53세 여성 김모(서울 강동구)씨는 지난 해부터 온 몸이 건조했다. 피부는 물론 눈, 입도 바싹 마르는 느낌이 들고 최근에는 피로감이 심해졌다. 몸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돼 찾은 병원에서 자가면역질환이라는 ‘쇼그렌증후군’을 진단 받았다.
요즘과 같은 날씨에는 피부가 건조해지는 걸 느끼기 쉽다. 그런데 이러한 건조함이 눈과 입에서 동시에 나타나거나, 김씨처럼 피로감을 동반한 채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쇼그렌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성호르몬 변화로 중년 여성에서 호발
쇼그렌증후군은 몸의 면역을 담당하는 항체들이 침샘과 눈물샘 같은 외분비샘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환자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쇼그렌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9년 2만1282명에서 2023년 3만51명으로 지난 5년간 40% 이상 증가했다. 주로 50~60대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하는데 2023년 자료를 보면 전체 환자 3만51명 중 절반 이상인 1만5818명이 50~60대 여성 환자였다.
쇼그렌증후군은 다른 자가면역질환과 마찬가지로 명확하게 확인된 원인은 없다. 환경적 요인, 유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년 여성에서 많은 이유는 성호르몬과 연관성이 크다. 실제 다양한 연구를 통해 생식호르몬 노출이 더 많을수록 쇼그렌증후군이 예방되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김세희 교수는 “일반적으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감소하는 폐경 전 시기에 쇼그렌증후군의 발생이 늘어난다”라며 “또한, 유방암 환자에서 에스트로겐 생산을 억제하는 아로마테이즈 억제제를 사용할 경우 쇼그렌증후군이 증가한다는 사실과도 연관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대표 증상은 구강 및 안구 건조, 만성 통증, 피로 동반하기도
쇼그렌증후군은 전신에 걸쳐 매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증상은 구강 건조와 안구 건조다. 구강 건조 증상은 타액 분비 감소로 건조한 음식을 삼키기 어렵고 오랫동안 말을 하기도 어려워진다. 미각이 변하고 더불어 입이 타는 듯한 느낌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안구 건조 증상으로는 눈물샘이 건조해지면서 눈이 뻑뻑하고 이물감이 들 수 있다. 각·결막염이 발생하고 광과민성, 홍반,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장시간 독서, 운전, 컴퓨터 사용 등 눈 깜빡임이 적어지는 활동과 바람과 먼지가 많고 연기가 나는 환경에서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쇼그렌증후군은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쇼그렌증후군 환자에서 만성적인 광범위 통증이 흔하게 나타나며, 환자의 70~80%가 피로를 호소한다. 관절염, 피부에 고리 모양 홍반, 혈관염, 간질성폐렴, 신경병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3개월 이상의 건조 증상 있으면 검사 받아봐야
쇼그렌증후군은 진단 자체가 까다롭다. 진단을 위해서는 최소 3개월 이상의 구강 건조나 안구 건조 증상이 있어야 한다. 추가적으로 ▲입술 타액선 생검(3점) ▲항-Ro/SSA 또는 항-La/SSB 항체 검사(3점) ▲눈물샘 기능을 확인하는 눈 염색 검사(1점) ▲셔머 검사(1점)와 침샘 기능을 확인하는 타액 흐름 속도를 측정(1점)해 총 4점 이상이 되면 쇼그렌증후군으로 진단한다. 모든 검사를 다 시행하지는 않으며 셔머 검사와 타액 흐름 속도 검사에서 불충분한 결과를 보일 경우 눈 염색이나 입술 타액선 생검을 시행할 수 있다.
오상훈 기자 ©헬스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