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도 덥다…하와이 스노클링에서 마주한 ‘충격 장면’

바다도 덥다…하와이 스노클링에서 마주한 ‘충격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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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인근 산호초에 백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CBS뉴스 화면 캡처


하와이는 아름다운 산호초와 다양한 해양 생물로 유명하다.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 바닷속을 유영하면 알록달록한 산호초가 반긴다. 그런데 최근 하와이 산호초에 ‘백화현상’이 나타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CBS뉴스 등 외신은 하와이 앞바다 산호초가 하얗게 변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와이 현지에서 20년간 잠수 활동을 해 온 자로드 테일러는 CBS와 인터뷰에서 “2년 전만 해도 다채로웠는데, 지금은 전부 탈색됐다”며 “슬프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산호가 색을 잃고 하얗게 변하는 것을 ‘백화현상’이라고 한다. 백화현상이 일어나도 산호는 일정 기간 생존하지만 지속하면 성장이 더뎌지고 질병에 취약해져 결국 폐사하게 된다.

 

주요 원인은 수온 상승이다.


지난해 이상기온이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는 지구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연구소(C3S)’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의 연중 평균 기온은 산업혁명 이전(1850~1900년) 시기보다 1.5도 상승했다. 이전 최고치인 2023년 1.48도 상승을 경신한 것이다.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 산호에 생생한 색상과 에너지를 제공하는 조류(藻類)가 빠져가면서 색을 잃게 된다. 


해양 과학자인 그렉 애스너 미 애리조나주립대학교 글로벌발견·보존과학센터장은 “폭염에서는 사람도 물속에서 조금만 헤엄쳐도 땀이 난다”며 “해저에 사는 산호와 다른 생물들은 우리보다 훨씬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관광객들이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스노클링을 할 때가 있는데, 차단제의 화학성분이 산호 백화현상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산호 백화현상은 비단 하와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현재 전 세계 산호초의 84%가 탈색을 유발할 수 있는 열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고 밝혔다. 미국 산호초감시기구(CRW)도 2023년 1월 이후 최소 82개국에서 산호초 백화현상이 관측됐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산호 군락인 호주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대산호초)의 경우 최근 9년 사이 6번째 대규모 백화현상이 발생했다.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제도와 카리브해 일대. 미국 플로리다 해안 등도 위험에 처했다. 


산호초가 폐사하면 바다 환경은 물론 식량 안보,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호초는 전체 해저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2%에 불과하지만, 해양 생물종의 25%에 서식처를 제공한다. 산호초가 줄면  해양 생물과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게 된다. 또한 산호초가 사라지면 ‘바다 방파제’를 잃게 된다. 해안이 직접 파도에 노출되고, 태풍과 해일로 인한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건강한 산호초는 이산화탄소를 일부 흡수하고 바다의 산성화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산호가 죽으면 바다는 기후변화에 더 취약해진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산호초 보호를 위한 다양한 활동과 연구를 고민하고 있다. 


하와이는 산호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친환경 선크림 사용을 관광객들에게 강조하는 한편, 환경보호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능력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호텔 세금을 인상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과 호주 등에서는 해저 산호 양식장에서 인공적으로 산호를 재배하고 성장시킨 뒤 죽은 산호초 지역에 옮겨 심어 복원하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에스너 센터장은 “산호초 백화현상은 마치 TV의 플러그를 뽑은 것처럼 화면이 정지되고, 지직거리는 소리만 남는 것과 같다”며 “회복은 느리거나 거의 없다. 그러나 우리가 화학연료를 제대로 통제할 수 있다면 다음 세대가 산호초의 회복기를 목격하는 세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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