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주식 매수세 크게 꺾여…韓 증시 자금은 86조로 최고치
美종목 순매수액 '전주 3분의 1 수준' 1조원…"美증시 조정 요인 많다"
'코스피 5,000도 가능' 낙관 전망에 국내 투자자예탁금·빚투 가파른 상승세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세가 크게 꺾였다. 미국 증시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경계감이 일부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 증시는 전례 없는 '사천피'(코스피 4,000) 상승장이 계속된 덕에 한 주 사이 투자 대기 자금이 85조원을 돌파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주(10월24∼30일) 동안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7억6천만 달러(한화 1조887억원)로 직전주(25억1천만달러)와 비교해 약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지난 달 초 추석 연휴 주 때 12억4천200만달러를 기록했고 이후 매주 수십%대의 증가세를 보였는데 상황이 크게 바뀐 것이다.
미국 증시는 AI(인공지능)와 양자 컴퓨팅 등 첨단 기술 산업의 약진에 힘입어 계속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주요 19개 글로벌 투자기관의 올해 말 S&P500지수 전망치의 평균값은 6,538.16으로, 지난 28일의 6,890.89보다 30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다수 기관이 하락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내의 고용·소비심리가 위축된다는 신호가 잇따르는 데다 주요 기업 실적이 부진을 겪을 수 있고, 기준금리 추가 인하의 불확실성, 미·중 무역 갈등의 재점화 우려 등 불확실성 요인이 많아 고평가된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금융위원회 산하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서학개미'(미국 주식 투자자)들을 향해 '현재 미국에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 지표 급상승 등 증시 조정 요인이 많다'고 경고하는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대신증권[003540]의 이경민 연구원은 "현재 미국은 셧다운(연방정부의 일시 업무 중단) 장기화로 공식 고용·경기 데이터가 나오지 않고 있는데 이 상황이 경제에 대한 부정적 해석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셧다운 지속 시 다음 달부터 저소득층에 대한 푸드 스탬프(식료품 바우처) 지급이 중단되는데 이도 경기 우려를 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다음 주 팔란티어, AMD, 퀄컴, 암(Arm) 등 주요 기술주의 실적 발표가 예정되어 있는데, 이들이 호실적을 이어가 AI 시장의 버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도 시장의 주요 주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한 주 사이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미국 주식은 양자 컴퓨터 기업인 아이온큐로 2억1천만달러(3천56억원)어치가 팔렸다.
2위와 3위는 식물성 육류대체품 업체 비욘드미트(1억98만달러)와 구글 운영사인 알파벳(8천500만달러)이었다. 비욘드미트는 해외 인터넷 공간에서 입소문을 타며 최근 투기 수요가 급등한 '밈 주식'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한국 증시는 27일 처음 코스피 4,000선을 뚫었고 중장기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과 KB증권은 내년 코스피 목표치로 나란히 5,000을 제시했고,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039490]은 각각 내년 예측치로 4,600과 4,500을 내놨다.
이런 기대감을 타고 '투자 실탄'에 비유되는 투자자예탁금은 29일 85조9천159억원까지 불어나 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30일 기준으로는 85조7천136억원을 기록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이번 달 13일 처음 80조원을 넘어섰고 10여일 만에 5조원 이상 더 늘었다.
투자자예탁금은 고객이 증권사 계좌에 맡겨놓은 잔액의 총합으로, 통상 투자 심리가 좋아질수록 늘어난다.
또 다른 증시 기대 지표인 '빚투'(빚내서 투자) 실적도 계속 상승해 역대 최고 기록의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는 29일 25조968억원을 기록해 2021년 9월 이후 처음으로 25조원대를 넘었다. 30일엔 25조2천725억원까지 늘었다.
현재 신용거래융자 최고치는 2021년 9월 13일의 25조6천540억원이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에서 단기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조처로, 주가가 오를 때 대출을 지렛대(레버리지) 삼아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어 호황 때 활발해지는 특성이 있다.
신용거래융자는 위험도 만만찮다. 이렇게 산 주식은 대출 담보가 되는데, 주가 하락으로 담보 값어치가 떨어지면 증권사가 담보 추가를 요구하다 종목을 강제로 처분(반대매매)해 손해가 크게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자기 형편에 감당이 어려운 레버리지 투자는 손실 확대와 추가 부채의 악순환을 부추길 수 있다며 자제를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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