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제안...미국은 탐탁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워싱턴한인들과 외교가에서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은 현실성 떨어지는 주장이며 미국을 상당히 실망시켰다는 지적이다. 종전선언 제안 1주 뒤인 28일 북한은 자강도에서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시험발사를 했다.
워싱턴한인들은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대한민국 군의 최고통수권자가 북한의 위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본보 보도<9월 28일자 A1면 “종전선언, 한반도 공산화 위험 높인다”>에 동의한다며, 종전선언은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입장을 전해오고 있다. 한인 C씨는 “종전 반대 기사를 읽고 또 읽었다. 가판대에서 눈에 확 들어와 신문을 꺼냈다”고 말했다. 한인 S씨는 “속이 후련하다. 정말 고맙다”고 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도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뉴욕에 동시에 체류했지만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만남도 갖지 않았다. 두 정상 모두 유엔 총회에서 연설을 했고 머문 숙소도 멀지 않았지만 공식적인 만남은 물론이고 가볍게 인사하는 회동조차 없었다. 외교가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일부러 문 대통령과 만남을 피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고 있다.
이번에 미 정부는 문 대통령을 초청하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은 방미를 밀어붙였고 유엔 총회에서 종전선언 제안을 했다. 이는 최근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고 미국과 한국을 겨냥한 탄도·순항 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고 있는 상황과 배치되는 얘기였다. 미 정부는 상당한 실망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무리한 종전 선언 추진 때문에 지난 6월 복원 기미를 보였던 한미 관계가 다시 한번 갈등 국면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지금 종전 선언을 할 때가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제재를 강화해야 할 때라고 여기고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27일 한미 안보 협의에서도 미국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국제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과 엇박자를 내고 있는 문 대통령이 북한에 이용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외교 전문가는 “북한은 종전 선언 이슈로 한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고, 한미관계도 이간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했다. 종전 선언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해 보려는 한국 정부의 욕심이 북한에 역이용 당해 한미 갈등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북한 내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미국 등 국제사회와 발맞춰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29일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 시드니 사일러는 CSIS 대담에서 “북한은 내부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한국과 지속적 관계 개선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일부 한인은 문 대통령의 뉴욕 방문 때 정부 예산으로 방탄소년단을 동원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에서 경제악화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영업자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국민의 혈세를 이렇게 사용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문 대통령은 ABC 방송에 방탄소년단과 함께 출연해 댄스 동작을 했고, 기후변화 등에 대한 메세지를 던졌다. 일부 한인은 대통령이 북한인권 등 심각한 핵심 문제는 피하면서 보여주기식 행사를 하는 모습이 보기 불편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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