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니어는 고독하다
만남 줄며 외로움 증가···식욕 떨어지고 통증 심해져
도움 손길 가장 필요한 시기, 지역사회 적극 나서야
팬데믹이 한인 시니어를 더욱 고독하게 만들고 있다. 만나서 얼굴 보길 꺼리고, 눈 보며 듣고 말하기 보다 휴대폰 문자로 끝내버리는 비대면 문화 때문이다. 가족과 지인 모임, 교회마저 온라인을 선호하면서 삶의 낙을 잃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
고독감으로 마음의 고통이 심해지면 몸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통증이 심해지고 식욕이 떨어지는 신체화 증상이다. 감추면서 고통이 더 커지기도 한다. 신신자 워싱턴가정상담소 이사장은 “드러내야 치유할 수 있는데, 한인사회에는 감추려는 분위기가 흐른다”고 했다. 권미경 박사는 “시니어는 도움이 가장 필요한 연령층임에도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기간이 길어지면 몸은 더 나빠진다. 약을 먹어도 잘 낫지 않을 수 있다. 데이빗 슈피겔 스탠포드의대 박사는 “신체 질병에 대한 처방을 계속해도 병이 잘 낫지 않는 이유가 있다. 뇌는 신체와 밀접하게 연결돼있기 때문에 우울과 불안감은 심장병, 기침, 시력, 고혈압, 위장 문제 등을 일으킨다”며 “우울하면 규칙적 운동이나 건강한 식사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고, 숙면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팬데믹 기간 이런 사람들이 크게 증가했다”고 했다.
효과적인 치료법은 지역사회에 있다. 한수웅 정신과 전문의는 “최신 유럽 연구를 보면 사회심리치료를 강하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마음을 감추려하는 한인사회 분위기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권미경 박사는 “마음을 챙기고 인간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본인과 주변의 노력이 필요하다. 규칙적으로 일상생활을 하고 산책 등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현재에 집중하며 과거를 잊고, 삶에서 감사함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와 심리상담을 꾸준하게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음악과 미술, 시, 공예, 축구, 테니스 등 취미활동도 필요하다. 지역사회는 시니어들에게 문화예술 활동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시니어 케어 전문가는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외로움이 더 무섭다는 것을 본다”며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낙을 잃은 시니어들이 병세가 악화된다. 바이러스 보다 인간관계 단절이 더 심각한 문제이고 외적인 코로나 방역보다 내적인 마음의 방역에 더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심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