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마음으로 점심 챙기니 아들 딸 많아졌어요”
지난달 열린 컬처스쿨에서 한국일보에 난 기사를 넣어 만든 액자를 선물 받고 기뻐하는 키연 그레이 군과 김찬수 고문
▶ 아시아 패밀리스의 김찬수 고문
▶ 한인 입양아들의 ‘코리안 맘’, 매달 컬처스쿨서 한식 150인분 제공
아시아 패밀리스(ASIA Families)의 김찬수 고문(실버스프링 거주)은 20년 넘게 워싱턴 지역 한인 입양청소년들의 든든한 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입양아들에게 ‘코리안 맘(Korean Mom)’ 또는 ‘미세스 홀리‘로 불린다.
메릴랜드 락빌에 소재한 워싱턴제일장로교회에서 봄, 가을학기로 나눠 진행되고 있는 ‘컬처스쿨’이 열리는 날이면 그는 몹시 바쁘다. 한인 입양아와 미국인 양부모들이 수업을 마치는 12시에는 한식으로 된 점심 식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며칠 전부터 150인분의 음식 준비로 늘 분주하다. 음식 분량만 해도 대형 아이스박스 2개, 컨테이너 8개가 필요할 정도다.
오래 전 젊은 시절(?)에는 직접 음식을 조리해 가져가기도 했지만 컬처스쿨 참가자가 많아지고 세월이 흐르며 지금은 롯테 슈퍼마켓에 음식을 맞춰 가져간다. 입양어린이들과 양부모들이 한식 점심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배가 부르다.
그는 “컬처스쿨이 단순히 입양 어린이와 청소년, 입양 가족들이 매달 한번 와서 교육만 받고 헤어지는 게 아니라 김치와 불고기 등의 한식을 먹으며 더 친밀한 교제를 하면서 입양가족 커뮤니티를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2009년 아시아 패밀리스가 공식 출범하기 전인 20여년부터 김응창 회장이 운영하던 입양기관 ‘ASIA’ 에서 자원봉사하며 입양인들과 인연을 맺었다.
김 고문은 “어린 시절에 한국전쟁을 겪었고, 부모님들이 어려운 사람들을 항상 돕는 모습을 보며 자랐기에 자연스럽게 남을 도와주게 된 것 같다”며 “20여년전 우연한 기회에 입양아들이 한국문화를 배우고 싶어 모인다는 말을 듣고 참석해 인연이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김 고문은 “최근의 기쁜 소식은 롯데의 이승길 회장님이 올해 장학금으로 4,000달러를 주셔서 올 가을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게 됐다”며 “이번엔 5명이나 돼 이 회장님이 주신 장학금에 달고나를 만들어 팔아 보탠다”고 말했다.
어릴 적 컬처스쿨에서 김 고문의 점심을 먹었던 입양아들이 성장해 대학생이 되거나 성인이 돼 결혼을 앞두고 인사차 찾아줄 때가 가장 기쁘다는 그는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니 아이들이 모두 내 아들 딸이 됐다. 이런 게 사람 사는 정 아니겠느냐”며 미소 지었다.
아시아 패밀리스의 송화강 회장은 “한인 입양아들을 사랑으로 품어주는 김 고문님은 물심양면의 봉사와 후원으로 입양 커뮤니티에서 존경을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영희 기자>ⓒ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