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생물 아냐?"…못생겼지만 겨울에 가장 맛있는 생선
"외계생물 아냐?"…아귀보다 못생겼지만 겨울에 가장 맛있는 생선 © MoneyToday
"아귀만 못 생기고 맛있는 생선이 아니다"
찬바람과 함께 따끈한 국물의 계절이 돌아왔다. 시원하기로는 생선국만한 게 없지만, 그 중에서도 겨울만 되면 특히 더 맛있어지는 생선국이 있다. 옅은 빨간색 고춧가루 국물에 무심하게 썰어 넣은 무를 걷어내면 흐물흐물한 껍질에 실뭉치처럼 가늘고 담백한 생선살이 숟가락 위로 밀려들어오는 '꼼치국'이다. 황아귀(아귀)처럼 못생긴 생선의 대명사로서 '곰치'란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진 꼼치. 외계 생명체를 떠올릴 정도로 생김새는 특이하지만, 한 번 맛 들이면 헤어나기 어려운 '꼼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꼼치(Liparis tanakae)는 꼼치속(Liparis)에 속하는 어류로 전 세계 60여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꼼치 △물메기 △미거지 △아가씨물메기 △노랑물메기 △보라물메기 6종이 있다. 서·남해안 해안에선 물메기라고 하고, 동해안에서는 물꼼이나 곰치 등으로 불린다. 일부 강원 지역 음식 전문 식당에서 말하는 '곰치국'을 정확히 표현하면 '꼼치국'이라고 한다.
꼼치의 생김새를 살펴보면 흐물거리고 비늘이 없는 젤리 같은 피부를 가졌다. 배지느러미가 흡반(빨판) 모양으로 변형돼 사라졌고 날카로운 가시가 없다. 못생긴 생김새 탓에 황아귀와 같이 잡으면 바다에 버리는, 홀대받던 생선이었다. 꼼치를 보면 바로 물에 버렸고 물에 떨어질 때 나는 소리 탓에 '물텀벙이', '물잠뱅이'라는 방언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꼼치는 바닥에 몸을 기대고 사는 어종으로 입이 아래로 향해 있다. 아래턱 밑에는 '감각공'이라는 구멍이 있는데, 바다 바닥에 사는 표재성 저서생물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미세한 전류와 수류의 움직을 파악해 잡아먹기 알맞은 구조다. 흔히 보리새우, 똥새우라 불리는 마루자주새우와 그라비새우 등을 많이 먹고 작은 어류와 게류를 먹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선 동·서·남해안 전 연안과 일본, 황해, 동중국해 등 넓게 분포하고 있다. 주로 수심 20~120m(미터) 바닥의 펼질에서 서식한다.
흐물거리는 살 때문? 겨울철에 가장 맛있는 생선
꼼치는 서·남해안 일대 산란기가 시작되는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연안자만, 연안통발, 안강망 등으로 잡는다. 최근 5년간 월별 어획량을 살펴보면 12월이 1136.6톤(t)으로 가장 많이 잡히고 △1월 771.4톤 △11월 755.8톤 등이 뒤를 이었다. 나머지 달에는 60~270톤가량이 잡힌다. 겨울철 날씨가 추워지면 가장 맛이 좋아지는 탓이다.
꼼치는 수산자원이 풍부했던 1960~1980년대는 잡히면 버려지거나 헐값에 팔렸다. 그러나 수산자원이 급감하고 특유의 담백한 맛이 알려지면서 올해 2월 2㎏(킬로그램)짜리 꼼치 한 마리 가격이 소매 기준 4만원까지 올랐다. 동해의 경우 명태 어획이 급감하면서 꼼치가 대체재로 떠올랐고 경남 통영 추도에서는 예로부터 말린 꼼치를 잔칫상에 올렸다고 한다.
꼼치는 갓 잡아 토막낸 후 탕으로 먹거나 몸에 수분이 많아 짧게는 3일 길게는 2주일이상 꾸덕하게 말려 찜이나 조림으로 먹는다. 해장국으로 일품인 꼼치탕은 끊는 물에 무를 썰어 넣고 국간장 밑간 후 싱싱한 꼼치살, 고춧가루를 넣어 끓인다. 이후 소금간을 한 뒤 대파와 다진 마늘을 넣으면 얼큰한 해장국이 된다. 꼼치국을 좋아하는 사람은 껍질도 넣어 물컹한 식감을 즐기기도 하지만 초심자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다.
말린 꼼치는 조림이나 튀김으로 요리할 수 있다. 무나 묵은지와 함께 조리면 훌륭한 밥반찬이 되기도 하고 1주일 정도 말린 꼼치를 소금과 후추 밑간을 해 튀겨내면 쉽게 볼 수 없는 술안주가 되기도 한다.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자원연구센터 해양수산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