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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 인턴기자 주현영 “대선 후보들,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처럼 만났다”

DMVmoa 0 881 2021.11.09 07:49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오기? 욕심? 그런 게 생겼습니다. SNL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을 이뤘으니 다음 시즌에선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배우 주현영(25)은 ‘SNL 인턴기자’ 주현영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주 기자 말투가 종종 나왔지만 밝고 여유로운 표정, 차분하게 말을 잇는 목소리는 생경했다. ‘SNL 코리아 리부트 시즌1’(SNL 코리아)을 막 끝낸 주현영을 8일 프로그램 제작사인 서울 마포구 소재 에이스토리 사옥에서 만났다.

SNL 코리아 이번 시즌에서 가장 주목받은 출연자는 단연 주현영이다. 그는 “주 기자 연기는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끌어온 부분이 많다”며 “대학 연극영화과 입학 시험을 보면서 일부러 과장해서 냈던 목소리(이 대목에서 실제로 연기를 보여줬다), 지인들과 장난칠 때 쓰던 말투가 들어있어 친구들이 방송을 보고 반가워했다”고 말했다. 


“질문? 지적? 아무튼 감사합니다” 같은 말버릇, 표정 등의 디테일은 대학생들이 출연하는 토론 대결 프로그램을 참고해 만들었다. 주현영은 “제 또래 사람들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돌발상황을 만났을 때 당황하거나 난관을 극복하는 모습, 목표를 성취했을 때의 반응 등 여러 가지를 참고할 수 있었다”며 “누구나 해봤을 법한 경험을 연기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이 좋아하고 공감해주신 것 같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홍준표 등 대선 후보들을 인터뷰한 ‘주 기자가 간다’ 코너는 특히 화제를 모았다. 정치풍자 프로그램을 대표해 후보들을 만나는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고 주현영은 털어놨다. 긴장한 채 인터뷰를 진행하면 시청자들이 원하는 결과물을 보여줄 수 없을 것이란 걱정이 앞섰다.

그는 “촬영 전에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처럼 하라’는 조언을 듣고 그렇게 했다. 후보들을 동네 어르신, 아버지 친구라 생각하고 질문했다”면서 “정치 이슈를 다루다보니 어설프게 감정을 드러낸다든지 실수를 했을 때 표적이 되고 공격받을까봐 조심스러웠다”고 했다. 이어 “대선 후보 인터뷰 이후 재밌고 다양한 반응이 많았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이 질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SNL 코리아에 합류한 건 적절한 시기에 만난 호운이었다.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주현영은 정극 배우를 꿈꿨지만 희극 연기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들을 웃기는 게 좋았기 때문이다. SNL 코리아 오디션 마지막날 뒤늦게 소식을 전해들은 주현영은 주저없이 도전했다.

오디션장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어떤 개인기를 선보였냐는 질문에 그는 “일본 여가수가 한국 팬들에게 처음으로 어설픈 한국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 불량 여고생이 담배 빌리는 장면, 그 고등학생이 수련회에서 장기자랑으로 춤 추는 장면 등을 이어서 연기했다”며 “대학시절 선배들을 웃기려고 했던 것들인데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싶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인턴기자 주현영은 어설프고 불안하지만 배우 주현영은 여러 분야에서 내공을 쌓았다. 2019년부터 ‘일진에게 찍혔을 때’, ‘마음이 시키는대로’, ‘진흙탕 연애담 시즌2’ 등의 웹드라마에 출연했다. 단편영화 ‘내가 그리웠니’의 주연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엔 연극무대에도 섰다. N번방 사건을 다룬 연극 ‘N 바이러스 프로젝트’에서 주현영은 남자친구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여성의 연기를 보여줬다. 


아버지는 딸이 연예인이 되는 걸 반대했다. 초등학교 땐 아이돌이 되고 싶어 연예기획사에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도 했다. 오랫동안 배우던 피아노를 그만두고 부모님 몰래 예고 입학시험을 봤다가 덜컥 붙었다. 주현영은 “아버지는 딸이 연예인을 하며 마음 고생할까봐 걱정하셨지만 요샌 ‘유튜브 들어가면 절반이 우리 현영이다. 네 덕분에 웃는다’고 하신다”며 뿌듯해했다.

성공한 인턴기자 주현영은 광고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다음달부턴 SNL 코리아 시즌2와 함께 새 드라마 촬영도 시작된다. 내년 공개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 우영우(박은빈)의 가장 친한 친구 역할을 맡았다. 그는 “저를 통해서 다양한 인간상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 일이 굉장히 즐겁다”며 “제이크 질렌할처럼 작품마다 본래의 모습을 버리고 역할에 몰입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SNL 코리아가 주현영에게 남긴 건 뭘까. 그는 “신동엽, 안영미 등 대단한 선배들이 나를 동료로 대해주는 게 놀라웠고, 감사했다. 내가 이런 경험을 누려도 되는걸까 생각했다”면서 “SNL 코리아는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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