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 90% 시청률 조작 구매”...중국 업계 실태 폭로
2017년 방영된 TV 드라마 ‘인민의 이름’은 전국 시청률 8%를 기록한 그해 중국 최고 인기 드라마였다. 히트작의 평균 시청률이 1%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역대급 기록이었다. 드라마 총감독 리쉐정(李學政)은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제작자가 됐다.
그런 리 감독이 중국 법치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작심한 듯 중국 드라마 시장의 시청률 문제를 털어놓았다. 먼저 자신이 투자자로 참여한 드라마가 지난 4월 한 위성TV를 통해 방영됐는데, “총 1억 위안(18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이중 9000만위안(162억원)은 시청률을 사는 데 썼다”고 했다. 그러면서 “번 돈은 대부분 여기에 들어갔다”며 “중국 드라마 업계가 더 큰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청률 조작 방식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리 감독에 따르면 홍보대행사로 위장한 회사들이 샘플 가구를 찾아내 회유하거나 아예 매수하는 방식으로 시청률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 시청 조사기관의 발표 데이터를 분석해 샘플 가구가 집중된 지역을 찾아내고, 이 지역 우편함이나 엘리베이터, 광고판 등에 집중적으로 드라마를 홍보해 특정 주민들의 인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시청률 상승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의 시청률 집계 방식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전국 각 지역 샘플 가구에 셋톱박스를 설치한 뒤 각 채널에 머무르는 시간 데이터를 집계해 시청률을 산정하는 식이다.
일부 업체는 샘플 가구의 정보를 입수한 뒤 해당 가구를 찾아가 직접 돈을 주거나 생필품을 제공하며 매수하기도 한다고 리 감독은 밝혔다. 베이징 샘플 가구 500곳 가운데 2%인 10곳만 찾아내 회유하면 해당 드라마의 시청률을 최소 0.5%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샘플 가구는 모든 광고주가 다투는 대상이다. 전체 시청률 구입 비용의 20%가 이들 샘플 가구에 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뿐만 아니다. 데이터를 직접 위조하는 경우까지 있다. 유명 드라마 제작에 수차례 참여한 한 익명의 제작자는 법치일보에 “한 샘플 가구가 실제는 A 위성TV를 시청했는데 조사기관에 전송된 데이터에는 B채널을 보고 있는 것으로 바뀐다”며 “해킹을 통해 시청률을 훔치는 방식”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런 방식은 비용이 더 많이 든다”며 “드라마 시청률 순위 3위 안에 들도록 하려면 편당 50만 위안(9000만원)까지 올라간다”고도 했다.
시청률 조작이 횡행하는 건 제작비 보전 문제 때문이다. 일부 방송사들은 손해를 막기 위해 드라마 제작사와 이른바 ‘맞불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는 목표 시청률보다 낮게 나올 경우 제작사가 일부 비용을 떠안는 계약 방식을 뜻한다고 한다. 가령 방송사와 ‘1% 이상’ 시청률을 조건으로 계약을 했는데 0.9%가 나오면 해당 방송 분의 제작비 중 10%는 제작사가 부담하는 것이다. 광저우의 한 광고사 간부인 궈(郭)모씨는 “시청률 마지노선이 높을 경우 제작사가 원금 손실을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국가광전총국은 ‘방송업계 통계관리규정’을 발표하면서 “방송 주관부서가 통계 작업을 총괄하고 어떤 기관이나 개인도 시청률 통계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방송 업계 사정에 밝은 리헝휘(李亨呼) 변호사는 “현행 법령상 ‘TV 시청률 조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사실상 부족한 상태”라며 “입법기관이 실제 시청률 평가 방식을 엄밀하게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