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지성'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별세…향년 88세
문화부 초대 장관을 지낸 이어령 이화여자대학교 명예석좌교수가 오늘(26일) 암 투병 끝에 별세했습니다. 향년 88세.
유족 측은 오늘 이 전 장관이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습니다.
호적상 1934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한 고인은 한국 문학의 거장으로 꼽힙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문학평론)으로 활동한 그는 만 22살의 나이에 '우상의 파괴'를 발표하며 한국 문단에 등장했습니다. 이후 문단 원로들과 기성세대의 권위의식을 비난하며 수많은 문학계 거물들과 논쟁을 벌였습니다. 저항 문학을 탄생시킨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2017년 4기 암 선고를 받았지만 항암치료를 마다한 채 저술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그는 지난 2020년 JTBC 다큐멘터리 '헤어지기 전 몰래 하고 싶었던 말-이어령의 백년서재에서'에 출연해 "작가이기에 죽음의 과정을 글로 남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남긴 저서로는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이것이 한국이다' '세계 지성과의 대화' '생각을 바꾸면 미래가 달라진다' '디지로그' '지성에서 영성으로' 등이 있습니다.
이 전 장관은 한국 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10월 금관 문화훈장을 받았습니다.
이 전 장관은 노태우 정부 때 신설된 문화부 초대 장관(1990~1991)이었습니다. 이에 지난해 10월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식 때 그를 추모하는 조시(弔詩) '영전에 바치는 질경이 꽃 하나의 의미'를 띄우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교수, 언론인 등 10여개가 넘는 직함을 거치며 다양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유족으로는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 장남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차남 이강무 천안대학교 애니메이션과 교수가 있습니다.
고인의 장녀 이민아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지역 검사를 지냈다가 2012년 위암 투병 끝에 별세했습니다.